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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운 / 미약한 빛

이테츠쿠 2020. 12. 7. 16:46

 그는 빛을 애써 찾으려고 하지 않았다. 어둠이 걷히면 환한 빛이 펼쳐진다는 건, 무력한 어린아이일 적부터 깨닫고 있던 진리였으니까. 태양과 달이 교대로 움직이면, 낮과 밤이 오고 간다는 건 분명한 이치요, 불변하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그는 자신을 위한 빛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오히려 눈이 부셔서, 좋아하지 않았었다. 편안한 어둠속에서 살아가기를 원했다. 스스로가 흥미를 가진, 눈앞에서 무리하고 부상을 입은 이를 보기 전까지. 제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는 것조차 못 하는, 우직하면 우직하다 할 수 있는 라이오닐과, 그의 주변인물들과 함께 사건에 휘말리기 전까지는.

 눈앞에서 끌려간 제 상관을 본 이후로 무력해지고 절망감에 차오른 얼굴이, 나는 할 수 없다며 좌절해하지만 그걸 억지로 숨기려 드는 모습이 어쩐지 안타깝게만 느껴졌다.

 그날 이후로 자신은 다른 곳을 향해 모험을 떠났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을 때 상황은 더 좋지 않은 상태였다. 무법지대도, 이튼도, 겐트도, 어디 하나 빼놓을 것 없이 피폐하기 짝이 없었다. 마침 하늘에는 먹구름까지 껴있어서 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혔다. 모험가이자, 천계의 영웅이라는 자신의 유일한 특권을 이용해 이튼으로 건너간 제너스는 라이오닐을 찾아갔다. 울적함이 그늘진 얼굴은 여전했다. 몇날며칠을 제대로 잠도 못 이룬 것인지, 목소리도 묘하게 갈라져있었다. 저래서는 잡혀간 사령관을 대신 할 수 있나 싶으면서도, 걱정되는 마음에 무심결에 상대의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 용건이 있으십니까?"

 "용건이라고 해봤자 너정도?"

 "... 저는 제너스님이 시간을 쓰실 정도의 존재는 아닙니다만."

 "멋대로 가치를 재려 들려고 하진 말고. 그런 건 썩 좋아하지 않거든."

 "... 죄송합니다."

 "미안하면 시간 좀 내줘."

 "... 지금 당장은 어렵습니다만. 2시간 37분 후에 다시 와주시겠습니까? 아직 처리해야 할 서류가 남아 있습니다."

 "어... 음. 알겠어. 얼떨결에 바쁜 사람을 붙잡았군."

 제너스는 그가 말한 대로 2시간 37분을 기다렸다. 바쁜 일도 일단락된 상태이니, 까짓것 느긋하게 있어도 상관 없었다. 남은 서류를 처리하고 나온 라이오닐이 그에게 목례를 했다.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뭘. 오지 말라고 퇴짜 맞은 것도 아닌데."

 "저를 위해 시간을 쓰셨잖습니까."

 "너 역시 나를 위해 시간을 쓰고 있지."

 "... 제너스님에게는 못 당하겠습니다. 외람되오나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무슨 용건이십니까?"

 "정말 별 거 없어. 널 만나러 왔어."

 "..."

 "정말이야. 널 만나러 왔을 뿐인데 다들 칙칙한 얼굴이었다가 나라도 오니까 반갑다는 듯 웃잖아. 너도 그랬으면 좋겠거든."

 "... 어째서 그리 생각하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빛이 되고 싶다 생각했거든. 어두운 분위기에 나라도 웃어줘야지. 취향은 아니지만."

 "저 때문에 무리하시는 거라면..."

 라이오닐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 제 눈앞에 있는 영웅인 그가 사람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괜히 자기 하나 때문에 이러는 걸까 싶어 걱정이 되었다. 누군가라도 의존하고 싶었지만 남들을 대신해 살아남은 자신이 그럴 자격이 있던가, 그 누구에게도 어떤한 형태로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설령 그 상대가 제너스라면 더욱 더 원치 않았다.


 "무리하는 게 아니야,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

 "..."

 예상 외의 반응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저 감사합니다 한 마디만 하고 라이오닐은 제대로 시선을 못 마주쳤다. 서툴다, 제너스는 상대를 보며 생각했다. 어쩔 줄 모르는 라이오닐의 눈빛이 문득 사랑스럽다고도 느껴졌다. 네가 나를 좀 더 부담스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혼잣말을 되뇌였다. 그리고는 원치 않는 어둠 속에 빠진 그를, 그를 감싸는 어둠을 걷어주고 싶다 생각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내 자신부터 어둠을 걷고 나와 그가 길을 잃지 않도록, 빛이 되어주자 스스로에게 맹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