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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던파 드림]제너운 / 뱀파이어 합작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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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흡혈귀 AU, 현대 시점입니다. 제너스는 인간으로 환생했다는 설정이지만 운을 통해 전생을 기억할 수 있다는 설정.


    *    *    *




     그것은 꽤 짙고 매혹적인 머리카락을 지녔다. 피를 뒤집어쓴 것처럼 선명한 붉은색이었다. 보기만 해도 일렁이는 느낌이 머리를 덮쳐오는 게 나 자신을 잊기 좋았다.

     그것을 처음 마주한 건 연구 중이던 주제를 논문으로 정리하던 중 잘 풀리지 않는 구간이 있어 기분전환 겸 담배를 피우러 뒷골목 안쪽으로 간 날이었다. 그래, 이렇게 복잡할 때는 담배지. 그때의 나는 프로젝트 때문에 평소보다 스트레스를 받은 나머지 골초 수준으로 담배를 피워댔다.


      얇은 카디건을 입어도 약간 선선한 날씨와 제법 무거운 밤공기를 풍류 삼아 한 개비 물고 빨아들이다가 내뱉으며 하늘을 보고 있었다. 드물게 도시에 별이 흐릿하게나마 뜬 날이었다.

     **, 개 같은 소장새끼. 교묘하게 일정으로 연구원들에게 은근한 압박을 가하며 짜내는 상사 욕을 하며 인상을 확 찌푸리던 도중, 등골에 서늘한 전율이 흐르고 피우던 담배가 떨어졌다. 아, 돚대였는데.

      하여튼 풀리는 게 없어. 순식간에 꺼진 돚대를 멍하니 보다가 고개를 드니 그것이 내 앞에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 뭐야! 놀란 나머지 고양이가 달아날 정도로 큰소리친 나를 보고도 동요하지 않은 그것은  두눈을 조용히 내게 고정하고는 입을 열었다.


      "피를... 얻어가도 괜찮겠습니까?"

      "... 뭐?"

      피? 순환계에 있는, 내 몸에 흐르는 그걸 달라고? 다짜고짜 피를 얻어가도 괜찮냐는 말을 하는 그것의 발언에 나는 어이가 없어 가만히 서서 상대를 보았다.

      하지만 난 그를 보아선 안 됐었다.


     눈을 살짝 비비고 그를 똑바로 보자 살아있는 저주처럼 괴기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 짙은 붉은 피를 뒤집어쓴 매혹적인 붉은 머리카락이 속을 울렁거리게 하였고, 두 번째로 마주한 고양이와 닮은 짙은 호박색 눈동자는 인간이 아니라는, 본능적인 느낌을 주었으며, 마지막으로 마주한 그것의 뺨에 난 상처가 절로 손가락을 움직이게 했다.

     나는 내가 아니었다. 살아 있으나 살아 있지 않은 느낌이었다. 내 의지가 아닌 불가항력의 무언가가 그것을 만지게 했다, 뺨을 만지고, 그것을 끌어안고, 달래듯이 등을 쓸어주고는, 나는 내가 아닌 채로 멈췄던 입술을 움직였다.


     "가져가도 괜찮아."

     나에 의해 나온 말이 아닌 말이 끝나자 그것은 내 목덜미에 고개를 파묻고는 입을 크게 벌리더니 이내 큰 송곳니를 박았다. 아프지만 몽롱한, 홀렸다는 확신이 드는 감각에 나는 말 없이 내 피를 얻어가는 그것을 힘주어 안았다.

     "... 라이오닐."

     듣지도, 만나본 적도 없는 생판 모르는 이름이 속에서 힘차게 울렁이다 내 목을 지나 힘없이 나왔다. 깊게 박혔던 송곳니가 빠져나오자 그것이 나를 향해 작게 웃었다.

     "기억나셨습니까? 제너스님."

     “... 그래.”


     아아, 머리가 어지럽다. 도대체 그날 그것은 왜 나에게 다가와 내 이름을 부르곤 그런 말을 했단 말인가. 생각하면 할수록 믿어지지 않았고 말할 상대도 없어서 이날의 기억을 쉬이 꺼낼 수 없었다. 그것이 내 피의 일부를 가져간 이후로는 이상하게 머리가 맑아져 프로젝트를 위한 논문을 생각보다 기간 내에 빠르게 마무리할 수 있었지만. 나는 여전히 그날 밤의 일이, 내게 왔던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똑똑. 웬 손님이지? 가족이라도 온 건가? 그렇지만 내 핸드폰에는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가족이 아니라면 택배인가?


     "누구십니까."

     아무도 없다? 애들 장난인가 싶어 문을 닫고 돌아서니, 내 앞에는, 분명,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은 그것이 서 있었다.

     "제너스님, 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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